2021.10.22(금)
<나뭇가지 시집보내기>
어제 대장동으로 이사간 친구집에 갔다. 40년이 넘는 낡은 아파트에 사는 나로선 그 깔끔한 가구들, 효율적인 구조와 알찬 실평수, 전망... 모든 게 다 넘 좋아보였다. 그런데 빈 화분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집 물통에 담아둔 잘린 나뭇가지, 심으면 뿌리를 잘 내리는 팬더 고무나무... 거기에 적당할 거 같아. 그래서 그 나뭇가지 이야기를 했던 게 일의 시작이다ㅎ
10년을 키워온 우리집 팬더 고무나무, 몇일 전 대대적으로 가지치기를 했었다. 그런데 잘린 나뭇가지가 이뻐 버릴 수가 없었다. 물통에 담고 살려두고 있던 차였다. 장기간 여행을 할 때도 가장 신경이 쓰였던 나무다.
집에 와서 잘라놓은 나뭇가지 사진을 단톡방에 올렸다. 친구가 사진을 보고, 좋다고 하네. 그 사진을 함께 본 다른 친구도 남은 나뭇가지를 달라고 하네. 빈 화분이 있다고. 하핫, 기쁨. 내 나무가 인기가 있넹!
오늘 아침 슈퍼마켓에 가려고 나섰는데 와아, 가을하늘이 넘 아름다워. 어디든 휙~ 드라이브를 떠나고 싶었다. 아, 나뭇가지! 드라이브 삼아 대장동에 나무 주러 가자. 나뭇가지를 챙겨 출발~ 아파트 입구에서 만나 전달하고, 구경삼아 대장동 단지를 한바퀴 돌다보니 '고기리'~라는 도로표지판이 보였다. 대장동 맞은편 블럭이 '고기리'? 맛집 많다는... 그 고기리. 나간 김에 점심 사먹자. 배도 고프네, 어느덧 11시반이 되어가.
고기리 맛집 검색해서 '해다올 뜰'에서 점심. 날도 써늘하고 응달진 북쪽 개울가에 야외테이블이 있었지만 그 자리로 선택, 뜨끈한 메뉴로 몸을 덮히기로. 남편은 삼계탕, 나는 해물뚝배기^^. 맛좋고, 친절하고, 내외부 인테리어 좋고, 매우 만족스런 점심이었다. 같은 건물 2층, 전망 좋고 분위기 좋은 카페 '호코'에서 커피와 케잌타임까지. 즐건 외출은 이상 끝, 이제 집으로~~~
그때 내가 준 나무를 옮겨심은 대장동 친구가 잘 찍은 사진을 올렸다. 그런데 화분 크기에 비해 나무 키가 너무 작네. 흙 속으로 묻히는 길이를 계산하지 못한겨. 다른 나뭇가지도 더 가져갈걸... 아쉽고 찝찝~
우리동네 슈퍼마켓 도착, 주차장에서 핸드백을 열다가, 앗 핸폰은 있는데, 지갑이 없네.
식당에서 지갑을 봤던 기억은 확실, 그후로는 같은 건물 2층 '카페호코'에만 갔으니 동선이 무지 단순, 그 건물에서 잃은 것이 확실한겨. 전화해 보니 식당 '해다올 뜰'에서 보관중이네. 주차장에서 습득한 손님이 맡겼다네. 그분께 감사, 보관해준 식당에도 감사, 참 고마운 분들이다.
차 타다가 흘렸나벼, 헛! 내 부주의가 문제지만 핸드백 구조에도 문제가 있었네. 위쪽으로 지퍼 하나만 있어서, 열리면 모든게 쏟아져버린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사용해야겠어.
이렇게 된 김에 대장동 친구집에 키큰 나뭇가지 2개 더 챙겨 가고, 남은 나뭇가지 필요하다는 문정동 친구집에도 배달하자. 기껏 나뭇가지 하나 받자고 우리집까지 오게 하는것도 맘에 걸리는데.
집으로 가서, 나뭇가지를 모두 챙겨 나왔다. 이거 오버하는 기분이 드는 건 뭐? 과유불급이라는 생각도 살짝 들고^^
먼저 고기리 식당에서 지갑 받고,
대장동 친구에게 나뭇가지 2개 더 전하고,
문정동 친구는 외출중, 집앞에 나뭇가지 놓아두고,
간 김에 또 문정동 로데오 '홍종흔'에서 빵 '어니언킹' 사서 집으로~~~
와아, 어느새 퇴근시간이 가까워져 차가 막히네. 서쪽으로 기운 해가 눈을 쏘고... 집에 도착하니 5시반 넘었네.
결국 나뭇가지 하나로 시작한 일이 오지랖을 낳았나벼. 하루종일 오버한 거 아녀? 그런데 기분좋으네.
10년을 공들여 키운 정든 나무가 내 친구들의 빈 화분을 채우며, 나누어 키우게 됐으니 뿌듯.
딸 시집 보낸 기분이 쬐금 비슷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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