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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권여현 올해의 작가상 기념전(2019.4.12)

by 라방드 2019. 5. 17.

2019.4.12(금)

 

'권여현 올해의 작가상 기념전'을 보고

 

'권여현 올해의 작가상 기념전'(2019.4.3~4.30)이 남산 하이야트 호텔 앞에 자리한 '보혜미안 갤러리'에서 있었다. 권여현 화가의 작품은 소재나 화풍 면에서 매우 독특하며, 매력적이라 빠트리지 않고 보려고 한다. 난해하고 자극적인데 묘한 감동과 끌림이 있다. 이번에는 대작 25점을 비롯해 총 46점을 전시하고 있었다.

 

그의 그림을 보노라면 철학책 한 권을 읽는 듯하고, 그리스 신화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도 들곤 한다. 미술평론가협회에서 주는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다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관심있게 지켜보고 싶은 화가^^.

 

이번엔 친구 5명이 함께했다. 혼자서 더 잘 보려고 약속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다. 친구들이 오기 전에, 나와 권여현만의 눈과 정신만 작용하는 가운데 차분히 그러나 감동적으로 2개 층의 그림을 다 봤다. 울림이 있는 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울컥~. 대학교때 연극을 보며 엉엉 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배우들이 무대위에서 시끄러운 연기를 하는 틈을 타 최대한 울대를 누르며.

권여현의 그림 그 무엇이 감성을 그렇게 건드린 것인지 딱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의 갈등과 처절한 노력, 그리고 애잔한 변화가 느껴졌고 가슴이 아팠고... 그래서였을까? 

 

이번에 발표한 작품들은 흰색 톤이 좀더 많아지면서 밝아졌다. 거기에 섬세함까지 더해져 더욱 풍성하고 깊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갈등하고 고민하면서 성숙해가는 모습이 치열하게 표현돼 있었다. 그의 그림을 아끼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그의 부지런한 작업이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나는 그냥 그림만 보지 않았고, 감동 속에서 그의 작품을 받아들이고, 느꼈다. 친구들이 온 뒤에는 시끌벅적해지면서 감동이 희석됐지만, 그 림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혼자 다시 가서 오래오래 들여다 보고 싶었다.  

나는 그림을 보며 작가의 의도대로만 이해하려 애쓰지 않는다. 내 성향이 그렇다는 것이지 내 자세가 옳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감상방법이 틀렸다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않는다. 딱 보고 즉흥적이고 즉각적으로 감성을 건드려 주면 좋을 뿐이다. 좋으면 되는 것이지, 그리고 볼수록 기분이 좋아지고, 감동을 주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 준다면 더 좋을 뿐이다. 거기에다 참신함, 신비함까지 느껴진다면 나에겐 최고의  작품. 내가 굳이 화가의 사고영역에 각을 맞추려고 할 필요가 있나? 

권여현 화가의 작품은  철학과 오필리아, pond, vailed, 리좀, 신화, 책, 깔때기... 들이 함께한다. 그것들은 그의 생활과 사고를 점유하고 점유당하면서 엉키고 녹아들어 우리 앞에 처절하게 화려한 날개짓을 하고 있다.


나는 그의 그림에서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줄기가 땅에 닿으면 뿌리가 되는 지피식물 '리좀'이 시각적으로 답답하고 정신없게 엉켜져 있어 적당량 정리되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좀체로 그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니 그럴 수가 없을 것이다. 아직 권여현은 젊으니까. 리좀은 땅에 뿌리로 생명을 만들어내는 자신의 분신이기도 하고,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끈이 되기도 하여 그 안에서 계속 자라고 번성해야 할 테니까. 

내가 원하는 대로, 또 뭇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대중적 취향이나 시류에 따르지도 않으니, 오히려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그러나 나는 생각해본다. 많이 성숙하게 되면 리좀은 그렇게 헝클어져 미친듯이 자라지 않아도 되고, 그림은 저절로 점점 명료해지고 단정해지리라고. 자제되고 함축되어, 단순하게 점차 갈 거라고. 입술을 깨물면서도 인내하는 세계에 도달할 거라고. 

아니 더 복잡해질지도 모르겠다. 그의 사고가 더 폭 넓어지고 담고싶은 것이 다양해질지도 모르니. 그는 화가이면서 점점 철학자가 되어가는 느낌이니까.

그의 그림에는 미스코리아들처럼 미끈한 몸매를 가진 비현실적인 미녀의 나신이 많이 등장한다. 그림의 색조가 화려하기도 하지만, 그런 미녀의 나신과, 숲, 리본, 상상의 식물 모습들이 어우러져 현란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화려하고 아름답다. 갤러리도 그의 눈부신 작품들로 아름다웠다.

권여현 작가는 푸른 색을 참 잘 표현하는 작가라고 생각된다. 나는 그의 푸른색으로 빨려드는 느낌이 들곤 한다.  굵고 구불거리는 검은 선, 메두사로 느껴지는 어두운 색채는 신비감, 그리고 그 너머에 있을 것만 같은 뭔가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굵은 빨간색 선에서는 화폭을 아름답게 압도하는 매력이 느껴진다.

작은 느낌 하나가 예민하게 나를 송두리째 흔들 때가 많다. 볼수록 행복감이 느껴지는 그림을 집에 걸어두고 늘 바라보고 싶다. 이야기와 감동을 만들어내는 그림은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런 그림을 만나기란 힘든 일이지.

권여현의 오필리어를 바라보다가 꿈에 나오면 어떨까? 정말 좋아하는 것은 오필리어와 메두사 그림인데, 갤러리에서 푹 빠져서 보기로 하자^^. 

블루와 그린 속에서 나에게 손짓하는 그림은 'The pond of Ophelia 2018-3', 그리고 깔때기와 철학책... 

 

The pond of Ophelia 2018-3

 

 

눈먼 자의 숲에서 메두사를 보라 2018-3

 

 

The pond of Ophelia 2018-2

 

 

 

 

 

 

눈먼 자의 숲에서 메두사를 보라 2019-4

 

 

오! 형제여 어디 있나 2019-A7

 

 

Rhizome book forest 2017-4

 

 

 

 

 

 

 

 

깔때기 2019-6

 

 

눈먼 자의 숲에서 메두사를 보라 20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