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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내가 원하는 나라(이만열 칼럼)

by 라방드 2012. 12. 20.

2012. 12. 20(목)

 

  지난 주에 읽었던 글 중에서 눈에 들어온 글이 있었다. 이만열 선생님의 '내가 원하는 나라', 선거 전이라 더 와 닿았던 글이다.

  이만열 교수님은 대학교 1학년 때, 교양과목 국사를 가르쳤던 사학과 교수님이다. 명강을 하셨던 젊은 남자 교수님이라, 우리들이 매우 좋아했고, 기다리는 강의였다. 잘 생기지는 않았지만 경상도 말투로, 시니컬하면서도 시원시원하게 독설, 일갈하시는 분이었다. 

  글을 보니 그분은 역시 변치 않고 맥이 강하게 살아 있다. 반갑고, 또 공감, 공감! 

그리운 마음을 담아, 이만열 교수님의 글을 올린다.

 

 

             내가 원하는 나라

                                     - 이만열 칼럼(숙명여대 명예교수, 전 국사편찬위원장)

                                     - 이만열 교수님을 떠올리며 그렸음다^^*

 

   백범 김구 선생은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썼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하지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백범 선생의 이 글을 읽을 때마다 흥분을 금치 못한다. 독립운동을 하는 동안 사선을 몇 번이나 넘었고, 항일투쟁을 통해 무력이야말로 문제 해결의 첩경임을 쉽게 터득했을 선생이 문화입국을 통한 상생을 외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선생의 이 글 때문인지 나도 우리나라에 대한 소원을 갖고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자주독립, 통일평화, 자유민주를 실현하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를 공부하면서 뼈저리게 소원한 자주독립국가, 분단국의 설움을 경험하면서 포원한 통일평화한국, 독재체제를 경험하면서 소명감처럼 체득한 자유민주한국, 이것이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다. 이 불변의 소원을 기초로 새해에는 몇 가지 염원을 덧붙인다.

 

-정직·신뢰를 생활화 해야-

  첫째, 더 정직하고 신뢰받는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도산 선생이 ‘거짓은 나의 불구대천지원수’라고 우리의 고질적 병폐를 직시했듯이 그런 절박한 심정으로 거짓을 엄징하고 정직을 생활화하는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그 동안 우리는 부정직의 대가를 너무 비싸게 치르고 있다. 많은 행정관서가 진실을 보증하는 일만을 위해 존재하고 또 부정직을 응징하기 위해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붓고 있다. 교육의 제1목표도 정직 교육에 두고, 나라의 시스템도 거짓이 발붙일 수 없도록 조율해야 한다. 정직은 정의의 기초로서 사회적 신뢰를 담보하고 국가의 품격을 높인다. 정직 코리아, 신뢰 코리아의 고품격 국가상 수립이 급선무다.

  둘째, 용서와 화해에 앞장서서 평화의 사도 한국이 되기를 원한다. 우리의 당면 과제는 남북 지역 경제 이념간의 갈등 및 양극화를 극복하고 화해와 일치를 실현하는 일이다. 세계 역시 도처에 전쟁과 반목이 그칠 새가 없다.

  우리 안에 있는 증오와 반목을 먼저 용서와 화해로 치유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의 분쟁을 화해시키는 일에 앞장서기를 원한다. 이웃에 대한 연민과 동족에 대한 용서는 세계를 상생으로 이끌 동력이다. 거중 조정역할을 감당하면서 평화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피스메이커, 평화코리아가 되기를 기원한다.

  셋째, 세계를 향해 나누고 섬기는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섬김을 받는 나라가 되기보다는 섬기는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2차 대전 후 우리나라만큼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룩한 나라가 없다. 우리의 땀과 피가 그런 열매를 가져 왔지만 이웃의 도움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제는 그 열매를 나누어 세계를 섬길 때가 되었다. 지난 세기까지 얼룩져온 제국주의 침략사는 공생과 나눔의 역사로 바꿔가야 한다. 나눔 코리아가 선봉에서 그 추진 동력이 되기를 빈다. 나누고 섬기는 것이야말로 평화적으로 역사를 변화시키고 이끄는 힘이다.

 

-나눔과 섬김의 역사 필요-

  우리는 그 동안 나눔과 섬김을 위한 무형적 자산을 축적해 왔다. 수치스러운 식민지 경험, 상존하는 분단 고통, 파쇼적 독재에 승리한 민주화 투쟁, 빈곤을 극복한 산업화가 그것이다.

  우리의 고난과 영광의 경험들이 이제 나눔과 섬김을 위해 소중하게 쓰임 받을 때가 되었다. 빈곤과 압제로부터 해방되어야 세계의 이웃들에 우리의 수치스러운 경험이 더 소중할 수 있다. 쓰라린 경험일수록 공감대를 갖게 하고 그들을 위로, 격려하는 데에 좋은 접점이 된다.

  몇 일 후 우리는 새 지도자를 선출한다. 백범 선생처럼, 자주 통일 민주의 토대 위에 세계를 향해 정직코리아, 평화코리아, 나눔코리아의 비전을 제시할 후보가 나타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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