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29(월)
울엄마는 올 가을부터 그림 그리기에 재미를 붙이셨다. 50대 60대에는 바쁜 중에도 동양화를 활발하게 그리셨는데, 요즘 소일거리로 다시 그리신다. 노트에 그리기도 하시고, 달력 뒷면에 그리기도 하신다.
밥도 청소도 정리도 집안일 아무것도 하기 싫으시단다. 좋아하시는 건 오로지 옷 구경하고, 사고, 산 거 또 사고... 돌아다니며 사고 먹고 하는 거다. 생각하기도 싫어하고... 그러니 살이 계속 찐다.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걸 걱정하면 무지 듣기싫어하신다. 팔십 다가오면 다 저렇게 되나 보다 이해하려고도 해 본다. 그러나 심신이 건강하게 늙으려면 아무래도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니 나는 엄마께 늘 잔소리꾼이다. 그런데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면서 잔소리 할 필요가 없어졌다. 칭찬^^만 하게 되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참 다행이다.
예전에는 동양화를 그리셨는데, 요즘에 그리는 그림은 아주 많이 바뀌었다. 주로 꽃을 소재로 동화스럽게 그리신다. 가슴에 대못 하나 박혀 있을 엄마가 저렇게 밝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니... 엄마의 심리세계가 고스란히 담겨있을 테니 그림을 있는 그대로 봐야겠지. 엄마 그림은 보는 재미가 있다. 옛날 이불과 옷감 무늬 같기도 하고, 지영 그릇의 꽃무늬 같기도 하고, 보타닉가든 같기도 하고... 엄마만의 특유한 개성이 느껴진다. 그 누가 이런 그림을 그리던가?
내가 보기에는 강렬하고 화사한 색채가 좀 과한 느낌이 드는데, 밝고 낙천적인 엄마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거니... 그나름 묘한 매력이 있다^^
달력 뒷면에 아주 크게 그린 그림이다. 색연필에 잘 먹지않고, 사인펜은 손에 자꾸 묻어 그리기 어렵다고...
플라타너스 낙엽을 사실과 가깝게 수도 없이 그리더니, 드뎌 이런 창의적인 그림으로 바뀌었다. 엄마 마음 속에서 꽃이 피었나보다.
참 잘 그렸당^^
여유있고 온순한 그림^^...
울엄마가 좋아하는 노랑
엄마의 시력이 좋지않은데도...
이렇게 밑그림을 그리시고...
엄마가 처음에 그린 플라타너스 잎사귀들
이쁜 울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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