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원'을 읽고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서은국의 '행복의 기원', 정신근육을 키워주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신적인 새로운 자극이 없다면 나약하고 폭이 좁은 사람이 되기 쉽다. 몸의 근육을 오랫 동안 쓰지 않으면, 그쪽 근육이 굳어 아예 사용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그와 마찬가지로 정신도 단련하지 않으면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에 갇혀버리기 쉽다.
평소에 생각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역사를 보도록 안내하는 글이라면 나의 정신근육을 키워주는 책일 것이다. 그런 책은 만나기 쉽지 않다.
이번에 읽은 책 '행복의 기원'은 바로 그런 책이었다.
글씨가 시원하게 크고, 본문이 192쪽으로 끝나는 두껍지 않은 책이라 읽기도 수월하다. 철학책이 지루할 거라는 선입견은 가질 필요가 없다. 아주 재미있고 쉬운 예를 들어 친절하게 이야기해주고 있으니까.
제목이 '행복의 기원', 즉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행복의 기원은 결국 생존과 번식을 위한 것이고, 생존이니 번식이니 행복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다윈의 진화론에 바탕을 두고 서은국 교수의 생각이 전개된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인간이 현재 가진 신체적 모습과 생각, 감정 등도 우연히 갖게 된 것이 아니고,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보유하게 된 특성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위가 높다거나, 부자거나 하는 것은 행복의 조건이 아니다... 뭐 이런 내용이었다면 식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객관적으로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보다 이미 가진 것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행복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행복은 유전적 요인이 가장 큰 결정변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읽다보면 글의 내용 대부분이 자연스럽게 공감이 된다. 처음 대할 땐 생소한 그의 이론에 고개 갸웃하게 된다. 그러나 결국은 고개 끄덕이게 하는 그의 논리 전개, 아주 쉽고 재미있게 써놓아서 만만하게 읽어봄 직하다.
행복의 요건 중,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내 삶의 주인이 타인이 아닌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 타인의 평가를 의식하는 것 자체가 인간에게는 대단한 스트레스이므로, 행복해지려면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신경쓰지 말라는 것이다. 타인을 의식하는 것이 습관이 되다보면, 내가 아닌 타인의 시각을 통해 매사를 평가하게 된단다. 심지어 자신의 행복마저도. 공감^^
이를 잘 이해하게 하는 예를 한 가지만 발췌해 본다.
- 최근 진행한 문화비교 연구 내용이다. 미국과 한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가장 즐거웠던 여행(경험)'을 써보게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쓴 행복했던 여행이야기'를 읽고 평가를 해보게 했다. 다음엔 '자신이 썼던 행복했던 여행'에 대한 '남들의 평가'를 읽게했다. 그 후에 행복했던 자신의 여행에 대해 다시 평가해보게 했다.
미국학생들은 남들이 뭐라 평가를 하든 '내가 즐거웠다는데 무슨 상관.' 하며 자기 느낌을 고수했다.
반면 한국학생들은 흔들렸다. 남들이 '우리가 볼 때는 별것도 아니네.'하는 피드백을 받게 되면 행복했던 여행이 처음 생각했던 것만큼 즐겁지 않다고 느껴졌다는 것이다.
'나만 좋다고 생각했었나?' 하면서 뻘쭘해지고 뭔가 착각한 것 같아진다는 것이다. 과도한 타인의식에서 나오는 혼란이다.-
이 책은 이렇게 마무리하고 있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행복의 핵심을 사진 한장에 담는다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이다. 문명에 묻혀 살지만 우리의 원시적인 뇌가 여전히 흥분하며 즐거워하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 '음식과 사람'이다.
서은국 교수의 생각에 계속 공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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