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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영화 '피에타'를 보고

by 라방드 2012. 10. 4.

2012. 10. 3(수)

 

<영화  '피에타'를 보고>

 

추석날, 우리 집안 여인군단^^이 부엌쪽에 모여 수다를 떨던 중 영화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마침  '피에타'와 '광해'를 다 본 사람이 나밖에 없어 줄거리와 평을 간단히 해야 했는데, 아뿔싸, 중요한 부분의 기억이 가물가물! 이야기에 맥이 빠지면서 재미있게 하지 못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지나간 내용이 새록새록 떠올랐지만 돌이키기엔 한참 쪽팔린 후라......

아, 이제부터는 영화를 보면 어딘가에 좀 써 놓아야 기억이 좀 나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참저참 좀 써본다.

 

***   ***   ***    ***    ***

 

올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나를 참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가장 기억나는 것은 8월, 런던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여러 선수들, 특히 손연재와 축구선수들, 양궁, 펜싱, 사격 선수들이.

9월에는 김기덕 감독이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타주어서,

그리고 요즘에는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행복하게 한다. 노래도 너무 재미있게 잘 부르는데다  말춤도 신나서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고 신난다. 나만 신나고 재미있는게 아닌지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빌보드차트에서 2위, 영국 1위....세계 30개국에서 1위....승승장구해 주어서 행복하다.

 

황금사자상 때문에 보게 된 영화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그보다 더 재미있다고 해서 본 영화가  이병헌 주연의  '광해'(추창민 감독)

간단히 말하면, 보면서 재미있고 즐거운 것은 '광해'.

자꾸자꾸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는 '피에타',  김기덕 작품치고 덜 끔찍하고 재미도 있다.

관객동원 능력을 보면 내가 듣기로 광해는 500만명을 돌파했다는데, 피에타는 50만을 넘겼다고 들려온다.

 

'피에타'! 영화에 대해 아는 것 없지만 내 맘대로 느낀 대로 재재거려 보련다. 

김기덕 감독이 만든 '피에타'가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타게 되자, 잠시 볼까말까 망설여졌다. 얼마나 잘 만들었으면 세계를 제패했을까하는 마음에 궁금해서 빨리 보고 싶기도 하지만, 그의 작품은 너무 어둡고 지저분하고 살벌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맛없고 더러운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없는 것처럼 보기에 달갑지 않은 그런... 먹고 나면 음식에 대한 지혜를 하나 행여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썩 내키지 않는 그런 느낌. 

김기덕은 나보다 어린 1960년생이라는데 작품도 직접 쓰고 감독도 하는 사람이다. 그는 제도권 교육의 혜택을 받지 않고 자기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인 데다 영화 제작 스타일도 남달라서인지 영화계에서 이단아로 알려져 있다.

그의 첫 작품은 1996년에 만든 '악어'이다. 그의 처녀작 '악어'는 피에타를 보기 전에 집에서 보았다.  '악어'는 조재현(악어역)이 주연을 맡았다. 집이 없이 한강 다리밑에서 살면서, 한강에 투신 자살한 시체를 숨겨 두었다가 유족들로부터 돈을 뜯어내며 살아간다. 악어는 함께 사는 어린 앵벌이와 어르신이 보는 앞에서 자기가 구해준(자살하려던 여자를 미모에 반해서 구하였음) 여자를 성폭행하는가 하면, 싸움과 욕이 생활화 된 사람이다. 악랄하고 혐오스러운 청년이다. 그래서 절대로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기 싫은 비호감이다. 반면에 여자를 자살로 내몰았던 남자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며 멋지게 살고 있으나 알고보면 자기 여자를 치졸하게 배신하며 비열하다.

김기덕 영화는 특히 결말이 중요하다. 결말에 서 급기야 잘난 그 남자보다 인간 쓰레기라고 생각했던 '악어'(조재현)가 더 낫다고 말하는 듯하다. 결국 그 누구에게도 침뱉을 수 없다는 거다. 영화는 마지막 선행을 하는 악어에게도 용서를 베풀지는 않는다. 여자를 구하러 한강으로 뛰어들었던 악어는 그녀와 함께 죽게 된다.

 

 

 

'피에타'는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이라는데, 마리아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아들 예수를 무릎위에 안고 슬프게 내려다보는 어머니의 모습을 표현한 미켈란젤로의 조각품 제목으로 더 알려져 있다.

영화 '피에타'에는 사채업자의 돈을 받아주는 잔인한 청부업자 강도(이정진)와 내가 너를 버렸던 엄마라면서 갑자기 나타난 엄마(조민수)가 등장한다. 용서받지 못할 나쁜 인간이라 여겨졌던 강도(이정진)는 처음 만난 엄마(조민수)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게 되면서 따뜻한 사람으로 변모해 간다. 가족이 없을 때는 몰랐던 아름다운 인간성이 비수같았던 그의 내면에서 꿈틀거리며 살아나오기 시작한다. 이름마저 끔찍한 강도, 그는 결국 엄마 대신 자신을 죽여달라고 애걸하며 울부짖는 사랑의 순교자가 된다. 피에타라는 영화가 끔찍하다면 상해를 가하는 강도(이정진)의 잔인함보다 사랑을 이용하여 복수를 하는 엄마(조민수)의 마지막 모습이다.  관객들은, 아들을 위해 '자비를 베푸소서' 하면서 기도하는 피에타의 마리아상을 떠올리며 끝까지 기대를 놓지 않고 있는데, 엄마(조민수)는 여지없이 배반하고 마는 것이다.

강도(이정진)는 엄마(조민수)의 끝없는 사랑으로 악마에서 천사로 변모했지만, 천사같았던 엄마(조민수)는 알고보면 무서운 악마라는 것, 엄마(조민수)는 아들을 죽게한 강도(이정진)에게 복수의 칼을 갈며 계획적으로 강도에게 접근한 것이었고, 결국 강도(이정진)를 죽음으로 몰고간다. 영화는 천사와 악마의 경계가 없어져버리면서 정신적 혼란에 빠트린다. 

 

김기덕의 작품은 아주 나쁜 사람과 착한 사람이 등장하지만, 알고보면 나쁜 것이 무엇인지 착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느끼게 한다. 그 경계가 애매해지면서 혼란스러워진다. 그의 작품에서 휴머니즘과 사랑에 대한 그의 갈구를 읽을 수는 있다. 그러나 세상에 대한 감독(작가)의 극단적이고 써늘한 시선이 더 어필하고 충격이 되어 섬뜩하게 느껴지는 걸 어떡하랴? 

작가는 선이라 생각해왔던 것들을 다 악으로 만들어버리고서, 악에서 선으로 돌아온 사람마저 처참하게 응징한다.  인간성을 회복한 주인공 악어'의 악어와 '피에타'의 강도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가혹한 죽음으로 관객들의 가슴을 춥게, 꽁꽁 얼려버린다.

***   ***   ***    ***    ***

 

* 이 시점에서 영화 한 편만 보겠다는 친구들이 있다면 뭘 권할까? 

재미와 교훈을 얻고 싶은 친구는 '광해'를 보시고, 인생과 인간상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좋다면 '피에타'를 보시라^^*

웬만하면 둘 다 보셔^^*

 

* 영화와 상관 없는 사진 한 장  : 포스코빌딩의 원통형 수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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