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8(수)
보문사는 석모도에 있는 절이다. 몇 년 전에 다리가 없었을 때, 자동차를 배에 싣고 건너갔었다. 논두렁 밭두렁 늘어진 커다란 나무가 있는 작은 길을 드라이브하며 상당히 로맨틱했던 다시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석모도와 강화도 사이에 다리가 놓이면서 금년부터는 석모도가 이제 섬이 아닌 강화도의 일부가 되었다. 석모도에 가는데 배를 타지 않아도 되어 보문사에 가기가 수월해졌다. 그러나 예전의 그 아름다운 길은 어디에 있는지, 그저 그런 길뿐... 날씨가 흐린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멋없는 소풍이 되어버렸다.
70여 명이 버스 2대로 다녀왔다. 우리팀에서도 여러 명이 참여하여 함께 바깥바람을 쐬니 즐거웠다. 단지 인솔자의 구식 리드가 좀 안타깝다고나 할까, 거슬렸다. 아직도 구청장 온다고 버스에서 박수에 환호성까지 연습시키고, 구의원들이며 4명이나 줄줄이 마이크 잡고 뻔한 소리 길게 하는 것은 멍밍? 허, 우리가 공짜로 가는 것도 아니고, 2만냥 내고 당일치기로 가는 것인데~
남보기에 단합이 잘 되는 모습을 보이자며 '야야아~ 야야야야아~~' 옛날 고리짝 구호를 연습시키는 모습을 귀엽다 해야할까, 아님 답답하다 해야할까? 남보기에 단합된 모습이라... 구호를 외치면서 모이자고~
큰소리로 해야하는데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서 속상해하는 그는, 아직도 1900년대를 사는 무대뽀 노력형 아닐까나? 게다가 친말감 표시이겠지만 반말 섞어가며 열심히 마이크 잡고 뭐시라 뭐시라... 따라하다 보니 어디인지 한동안 밖을 볼 새도 없다. 강화도 자연을 보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담소 나누고 싶어 나란히 앉았는데, 마이크 소리가 시끄럽기만 했다.
정중하게 필요한 말만 하면 될 걸, 뭘 저리 용을 쓰시나?
혹시 나도 예전에 아이들 앞에서 저런 모습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이슬비도 오고 흐린 날이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보문사 산책, 강화도를 차창밖으로 본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애써주신 분들에게 감사해야할 일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이런 행사에는 참여하지 말아야지.
보문사 마애석불좌상으로 올라간다. 눈썹바위 아래 석불 부조가 있다.
내려와서 식사~ 맛, 괜찮았음^^
버스 이동하여 무료로 야외 족욕
버스에서 바라본 강화도의 들판, 대부분 추수를 끝내버려서, 황금들판은 드문두문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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