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18(금)
선재길은 오대산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오래전부터 스님들이 오가던 옛길이다. 편도 9km에 걸쳐 거의 평지처럼 순탄하여 걷기가 수월하다. 휠체어가 다닐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올라가는 길이라는 의식을 못할 정도로 완만하게 이어진다. 나무다리도 몇 개 지나고 계곡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도 두어 번 건너고, 찻길로도 잠깐 걷고, 텃밭도 지난다. 예쁜 이 오솔길에 대한 기사가 신문에 난 이후로 우리도 알게 됐다. 우리처럼 알게 된 사람들이 아침 일찍부터 선재길에 보였다. 주로 은퇴한 듯한 초로의 부부가 많다.
좁은 선재길에서 마주치면 저절로 미소짓게 되고 인사하게 된다. 경치 정겹고, 공기 달콤하고, 길 예쁘니 기분이 좋아지고, 좁은 길을 비껴가다 보면 굳었던 얼굴도 펴지고 닫혔던 입도 열리게 되어, 저절로 정겨운 옛 세상으로 돌아가나 보다^^* 다시 걷고 싶은 길이다.
계곡을 바짝 끼고 있어 풍광 좋고, 아기자기하다. 나무 종류, 크기도 다양하다.
상원사는 해발 900m에 위치한 만큼 상원사 주변은 이미 단풍이 져가고 있었다. 18일엔 오대산은 해발 500m에서 700m까지가 단풍 절정이다. 하루전 날 오후 늦게 오대산 진고개를 넘으면서 보니 산의 높이에 따라 단풍 드는 모습이 뚜렷하게 구별되었다. 진고개 위쪽은 벌써 나뭇잎이 시들었고 중간 높이가 절정이다.
우리는 아침 7시쯤에 월정사에서 출발하였다. 앗, 이렇게 부지런할 수가.ㅋㅋㅋ 갈 때는 자동차 길로, 올 때는 걸어서 선재길로... 이렇게 맘 먹고 시작했는데 가면서 보니 오대산장 위쪽으로는 단풍이 시들어 생각을 바꿨다. 상원사까지 차로 갔다가 다시 오대산장까지 차로 내려와 주차하고 섶다리까지 선재길을 걸어 왕복했다. 총 4.4km 걸은 셈이다. 연 이틀 설악산, 오대산 등산으로 많이 걸었으니, 우리에겐 이 정도가 적당하다.
선재길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섶다리
섶다리에서 본 계곡의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섶다리
더욱 부드러워지는 선재길 미소
지칭개가 주인처럼 자라는 허술한 텃밭도 지나고
이른 아침이라 햇볕이 아직 산머리에만 있다.
징검다리와 단풍
어이 기분이 안 좋을쏘냐^^*
물위에도 단풍이...
눈부신 아침 햇빛
징검다리 지나고
아침 7시, 월정사 가는 길
아침 7시 무렵, 월정사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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