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거일 성차별 발언>
이번에는 이 말이 문제가 됐단다.
1. 여성이 화장을 하는 것은 남성에게 섹스어필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
2. 여성은 결혼 후에도 언제나 혼외정사 의도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항상 여성을 감시해야 한다고, 그래서 여성이 '시집간다'는 표현이 있고, 여성의 시집살이는 남성의 유전자 보호를 위한 하나의 장치라고 한 말.
3. 남성은 자식이 자신의 자식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계속 다른 여성과 성적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말.
거두절미하고 옮긴 말이라, 전체의 강연 내용 속에서 어떤 의도로 사용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여대에 가서 한 말 치고는 무례하다는 생각이다. 소설가가 생각을 어떻게 하든 말릴 생각은 없으나 다중의 여성 앞에서 했다면 이건 여성 비하 발언이 된다고 본다. 발언의 내용 자체도 인정할 수 없는 내용투성이다.
소설가이다 보니 현실을 바탕으로 한 상상을 주로 하게 되고 상상으로 꾸며쓴 글에 대해 책임질 필요없으니 소설 이외의 상황에서도 소설적 사고와 발언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게다가 자기가 경험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수의 의견이나 상상으로 일반화하여 믿어버리게 되는 습성이 생기는 건 아닐까?
그리고 복거일 같은 작가는 말을 많이 하다보니 이런 실언을 하게 되는 걸까, 아니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위한 치말한 작전일까 하는의심이 살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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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통령, 좌파가 되든 우파가 되든 종북주의 배격해야”
복거일(67)은 울타리를 치는 사람이다. 그는 20년째 이 일을 해왔다. 이런 그를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한다. 그가 친 울타리 밖 사람들이 그를 비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의 울타리 안에서 권력을 얻거나 돈을 번 사람들조차도 그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의 울타리는 말과 글로 이루어져 비용이 들지 않지만 그렇다고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가난한 그는 일흔을 바라보지만 여전히 수색의 전셋집에 산다. 그래도 그는 이 일을 멈출 생각이 없다. 그는 울타리가 끊임없이 허물어지고 있어 방치하면 안과 밖의 구분이 없어지고 마침내 우리 존재의 근거를 잃게 된다고 믿는다. 안과 밖, 정설(正說)과 이설(異說)을 구분하기 위해 그가 울타리를 치는 원칙은 스스로 표현하듯 ‘래디컬(근본주의적)’하다. 그러나 그의 울타리는 포용력도 갖추고 있다.
그는 최근 발간한 ‘보수는 무엇을 보수하는가’에서 “한 사회가 제대로 움직이려면 정설에 우월적 지위를 부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이설들이 활발하게 나와야 사회가 제대로 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도 그의 울타리는 폭넓은 정파를 끌어안는다. 그는 종북주의를 제외하고는 모든 세력을 울타리 내에 두어야 한다고 말해왔다. 실제로 그는 이명박 정부 초기 종북노선에 반대해 민주노동당과 결별했던 진보신당의 포용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울타리를 치는 일에 대해 ‘막막하다’고 했다. 22일 인터뷰를 위해 서울 종로구 신문로 경희궁에서 만나 근황을 묻는 말에 그렇게 답했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은 안보를 포함한 보수의 프레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더구나 그간 보수의 가치를 거의 가르치지 않았고, 가르쳐도 왜곡되게 가르쳤으며, 가르치는 방식까지 낡았으니 현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 건 당연한 일입니다.” 말을 마친 그는 좀 지쳐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20년 외길 인생을 걸어온 사람답게 다시 의욕을 곧추세웠다.
“그래도 포기해선 안됩니다. 조금씩이라도 가르쳐야 합니다. 99대 1과 100대 0은 다릅니다. 조금이라도 토대가 남아있어야 합니다. 보수주의자들은 대부분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아 조급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내를 가지고 끈질기게 가르칠 생각을 하지 않고 시원하게 한번에 해결하려고 하면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아스팔트 우파만으로는 안됩니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 4년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보수정권이라고 안심하고 정체성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아 더 허물어져 버렸습니다.”
―그런 문제의식에서 ‘보수는 무엇을 보수하는가’란 책을 출간하셨습니까.
“최근 새누리당 정강에서 ‘보수’란 개념을 빼겠다는 말이 나온 것이 바로 그 책을 써야 할 필요성을 확인시켜줬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에서 보수가 뭔지를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새누리당 같은 일이 생깁니다. 보수를 빼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자본주의 등의 가치로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그러나 보수에는 그것을 넘어서는 무엇이 있습니다. 어느 사회든 지키려는 가치가 있고 그건 일반적으로 헌법이란 형태로 정리가 됩니다. 그런 것을 지키려는 태도, 그런 가치의 복합체가 보수입니다. 따라서 그 반대는 ‘진보’가 아니라 ‘변혁’ 혹은 ‘대체’입니다. 보수에는 내재하는 이념이나 체제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소련에서는 공산주의 지키려는 사람이 보수고 중국의 경우는 소위 국가자본주의라는 야릇한 체제를 지키려는 사람들, 혹은 공산주의와 시장경제를 병행시키는 게 옳다고 믿는 사람들이 보수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헌법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내세우기 때문에 보수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가 같은 것으로 인식될 뿐입니다. 결국 ‘보수를 빼도 상관없다’고 말한 것은 ‘우리 사회의 정설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헌법에 명시된 가치라는 사실이 의미가 없다’는 것과 같은 뜻입니다. 그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책에선 이설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하셨는데 우리 사회의 정설과 이설은 어떻게 구분됩니까.
“우리 사회에서 정설과 이설을 가르는 가장 뚜렷한 지표는 북한에 대한 태도입니다. 북한은 6·25전쟁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우리를 위협해왔습니다. 북한은 대한민국에 총체적 위협입니다. 그런 위협을 인식하고 대한민국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정설에 속한다고 봅니다. 반면 북한에 대해 ‘거기도 사람이 살 만한 사회고 정상국가’라고 평가하면서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황석영 같은 사람은 이설에 속한다고 봅니다.”
―황석영씨의 경우 공중파 TV 프로그램의 진행자로도 활약 중인데 체제가 수용할 수 있는 이설이라고 보십니까.
“선진국에서 좌우 대립이란 정부와 시장이 몫을 두고 다투는 것입니다. 좌파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우파는 시장의 몫을 늘여야 한다는 겁니다. 전형적인 게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입니다. 다들 헌법을 지지하고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 하니까요.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의 위협 때문에 이념이 경직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파는 밀리면 적화가 된다고 생각하고, 좌파는 이런 체제를 무너뜨리지 않으면 그들이 정설에 속한다고 봅니다. 반면 북한에 대해 ‘거기도 사람이 살 만한 사회고 정상국가’라고 평가하면서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황석영 같은 사람은 이설에 속한다고 봅니다.”
―황석영씨의 경우 공중파 TV 프로그램의 진행자로도 활약 중인데 체제가 수용할 수 있는 이설이라고 보십니까.
“선진국에서 좌우 대립이란 정부와 시장이 몫을 두고 다투는 것입니다. 좌파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우파는 시장의 몫을 늘여야 한다는 겁니다. 전형적인 게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입니다. 다들 헌법을 지지하고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 하니까요.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의 위협 때문에 이념이 경직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파는 밀리면 적화가 된다고 생각하고, 좌파는 이런 체제를 무너뜨리지 않으면 그들이 말하는 사회로 한발짝도 나아갈 수없다고 봅니다. 둘사이 간격이 넓지 않지만 심연이 놓여있는 매우 특수한 상황입니다. 이념이 모든 걸 압도하는 게 우리 사회입니다. 광우병파동이 정권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나라, 이것이 우리나라입니다. 이런 절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헌법의 가치를 지키기위해 한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대통령은 지금 보수라 생각하는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반면 우파인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운영에서 우왕좌왕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많이 흔들렸습니다. 해마다 이상한 구호를 하나씩 내세웠고 그래서 자원이 집중되는 곳이 1년마다 달라졌습니다. 녹색성장, 기업프랜들리, 공정사회…. 여러 구호들이 나왔지만 이들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습니다. 원인은 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이념을 넘어 실용’이라는 구절 때문입니다. 이 대통령은 이념을 탁상공론으로 보았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의 본질적인 지표가 이념이라는 것을 모르는 분이었습니다. 이념을 떠나면 개인적 가치관도 나올 수 없습니다. 따라서 주먹구구식으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대처하게 됩니다.
국가운영에 지표도 나침반도 없으니 항로를 모르고 그래서 암초가 나타나면 방향을 180도 바꾸기도 합니다. 이렇게 방향감각을 상실하면 결국 개인적 이익을 따르게 됩니다. 이명박 정권에 이익이 되는 것, 즉 대통령 인기가 유일한 척도가 됩니다. 그래서 인기를 위해 계속 서민 이야기만합니다. 자신이 행상하면서 자수성가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시장에 나가 떡볶이 팔아주고. 그러다가 마침내 MB물가, 배추국장까지 나오게 됩니다. 이래선 국가경영이 안됩니다. 대통령은 큰 그림을 봐야지 그런데 시간을 허비해선 안됩니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해 강한 신뢰를 갖고 있는 그가 최근 제기되고 있는 자본주의 위기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체제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았다는데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를 운영하는 정부 관리들이나 중앙은행 총재 등이 실수를 해서 위기가 왔는데 이를 체제 위기라고 해선 안됩니다. 자본주의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본주의와 경쟁하거나 자본주의를 억지로 변형시킨 사회주의, 공산주의, 민족국가주의, 북한의 주체주의 등은 이미 망했거나 쓰러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성공했습니다. 중국이 시장을 많이 통제하니까 발전한다고 주장하는데 그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입니다. 중국은 과거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 수천만명의 국민들을 굶겨 죽게 했다가 시장경제를 채택한 이후 엄청난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이건 시장경제의 우위를 증명한 것입니다.”
―시장 우위를 주장한 신자유주의가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체제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보십니까.
“심각하긴 하지만 다른 나라만큼 심각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사실 자본주의를 충실히 이행하면 양극화는 심화됩니다. 문제는 소득과 복지를 혼돈하는 것입니다. 소득은 말 그대로 은행 잔액이나 월급 등을 뜻하고 복지는 한 사람이 쓰는 물질적인 것을 뜻합니다. 이건희 삼성회장과 저의 소득은 비교 자체가 안됩니다. 그러나 복지는 다릅니다. 먹고 싶은 것을 얼마나 자주 먹느냐에 차이가 있겠지만 이 회장도 하루 세끼 먹고, 저도 세끼 먹습니다. 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받겠지만 저도 열심히 찾아다니면 이 회장이 받는 서비스의 80% 수준은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복지에 있어 그분은 100이라면 난 70은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처럼 우리도 복지에서는 생존에 필요한 것은 어느 정도 누리고 있지만 소득은 다릅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소득을 따진다는 겁니다. 인간은 비교하는 동물이어서 격차가 커지면 불만이 생기고 체제를 뒤집어엎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런 세력들을 대변했고 폭발력이 있었습니다. 소득 차이는 불가피합니다. 삶의 기본 원리가 불평등입니다. 인간사회를 지배하는 법칙인 진화론에서는 승자독식론이 관철됩니다.”
―불평등이 자연스러운 것이라 하더라도 정도가 심해지면 결국 체제 위기 상황이 오는데 대안은 없습니까.
“문화가 발전하면 큰돈 벌 기회가 많아지면서 소득격차도 커집니다. 빌게이츠 같은 사람은 20세기 초반에 나올 수 없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성공한 벤처기업가들 단번에 준재벌됐습니다. 세계화와 금융업의 발달 등을 통해 소득격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그런데 사실 소득격차를 줄일 근본적인 대책이 없습니다. 경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면 소득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시민들에게 이런 사실을 차분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복지에서는 평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소득격차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월스트리트에서 돈 많이 버는 사람을 규제하면 정작 소득 격차는 해결 못하고 금융업을 해치고 부정부패를 늘리게 됩니다. 결국 가난한 사람이 득을 보는 게 아니라 공무원이 늘어나면서 관료들만 이익을 보고 국민들은 오히려 피해를 보게 됩니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확신에 비해 그 체제가 필연적으로 초래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다소 무책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반론을 제기했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참는다는 것도 인간의 본성인데 소득격차 발생 구조를 시민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 아닙니까.
“사실 전문가들도 방법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다 보니 여당이든 야당이든 모두 민중주의를 도입하려는 것 아닙니까. 이미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체제를 본질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결국 민중주의가 득세하고 재산권 침해는 많아지고 국가는 비효율적이 되고 정부는 강화될 것입니다. 걱정이 되지만 표를 쫓는 정치인들에게 잘못이라고 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결국 이런 위험을 예견하고 시민들에게 위험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저와 같은 지식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소위 요즘 유행하는 복지 포퓰리즘은 자연스러운 현상인 셈이네요.
“그렇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성숙했고 성숙하면 성인병이 생깁니다. 미국 경제학자 맨슈어 올슨이 이야기했듯 동맥경화가 옵니다. 특정계층에게 이익이 집중되고 이해관계가 누더기처럼 얽히면서 대립은 심해집니다. 대책은 없습니다. 해결하려면 혁명이나 전쟁이 나야 하는데 일부러 그럴 수 없으니 대책이 없다는 겁니다. 저는 이런 상황을 산불에 비유합니다. 묵은 가지가 많으면 숲이 번성할 수 없습니다. 번개가 쳐 산불이 나야 합니다. 요즘 산불 관리할 때 자연발화는 진화하지 않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선 안되겠지만 자연스러운 혁신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혁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총칼을 쥐고 있었으니까 혁신이 가능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모두 실패했습니다. 또 한차례 혁신을 해야 하는데 통일을 하면 가능할 것입니다. 그땐 사회 에너지가 분출하고 새로운 기회도 열리고 정치판도 바뀔 테니까요.”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더할 나위 없이 잘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정책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이 대통령은 수많은 비즈니스를 통해 협상력을 키웠는데 그게 주효했다고 봅니다. 협상에서 진 북한은 연평도에 포격을 가하는 등 도발을 했다가 큰 손해를 봤습니다. 그들로서는 돌파구가 없으니까 그런 만행을 저지른 겁니다. 사실 이명박 정부 이전까지 우리정부와 미국은 북한을 달래는 정책만 썼습니다. 북한이 도발해도 응징을 하지 않았는데 이 대통령이 처음 응징을 한 겁니다. 북한에 마음대로 해보라면서 모든 걸 단절시켰습니다. 그 결과, 이 대통령은 향후 대화와 타협을 할 수 있는 정책적 여지를 남겼습니다. 원칙을 지킴으로써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북한을 지원하고 북한과 교류할 공간이 생긴 겁니다. 이 대통령은 햇볕정책 때문에 정책적 경직성을 물려받았지만 다음 대통령에게는 정책적 유연성을 넘겨주었습니다.”
―정권교체기마다 현직 대통령 책임론이 제기돼왔고 최근 새누리당에서도 이명박 대통령 탈당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정경유착 문제가 계속 제기되는 것도 기업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의 권한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권한은 큰데 임기는 상대적으로 너무 짧죠.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안정적으로 퇴임할 수 없습니다. 힘들여 정상에 올랐는데 업적을 세울 시간도, 하산루트를 결정해야 할 시간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급하게 됩니다. 4대강 사업이 대표적 예입니다. 4대강 주변 주민들이 대부분 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추진 방식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만약 영산강 같은 곳에서 먼저 시작해 성공을 거둔 뒤 차례로 확대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임기가 짧다 보니 한꺼번에 완공해 그걸 업적으로 삼아 정권재창출을 하려다 일을 그르친 겁니다. 그렇다고 내각제로 개헌하자는 건 아닙니다. 4년 중임제 정도 하면 그래도 4년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겠냐 생각합니다.”
―세계 경제위기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올해에는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의 지도자들이 바뀌거나 새로운 임기를 맞게 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차기 대통령에겐 어떤 리더십이 필요합니까.
“이념적 경직성 때문에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기는 어렵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피아식별부터 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양쪽을 다 안아야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갈등을 증폭시켰습니다. 차기 대선주자는 자신을 누르고 국민들의 의향을 따라가는 폴로어십(followership)을 보여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리더십입니다. 국민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뒤에서 분위기를 조성하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만약 차기 대통령이 우파에서 나온다면 북한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남한을 병탄하는 것이란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좌파를 무조건 배제해선 안됩니다. 종북주의자가 아닌 좌파 시민들이 우리나라 안보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대북문제에서만큼은 종북주의가 아닌 좌파와도 단결을 이뤄야 합니다. 좌파 대통령이 나온다면 해외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라는 사실은 인식해 국가정책을 세울 때 국내만 보지 말고 세계 표준에 맞는 정책을 세우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좌파 대통령이 되더라도 우리는 그분을 모시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화일보(인터뷰 = 박민 전국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