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 대추차
- 찻잔 속 풍경
봄볕의 유혹에 이끌려 밖으로 나갔다.
마침 길상사 찻집의 대추차가 진하고 맛있다는 용희 말을 듣고 길상사로 향했다.
길상사 가는 길에는 봄나들이 하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길상사를 스쳐 지나가기는 했어도 들어가 보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여유있는 공간에 한국적인 낮은 건물들이 곱게 자리잡고 있어 정겹고 아름다웠다.
'무소유'라는 책을 쓰신 법정스님이 일으킨 절이라고 들었는데
열반한 법정스님의 흔적은 눈에 뜨이지 않았다.
무소유라.....아무것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 본래의 뜻이다.
하지만,
법정스님 말씀대로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요긴한 것만 가지고, 더 이상은 갖지 않는 것이 무소유라면
‘나에게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요긴한 것만 추린다면 무엇을 남겨야 할까?’
'무소유의 정신으로 14자 내 옷장을 정리하면 남겨둘 옷은 얼마나 될려나?'
피식... 웃음이 나온다.
법정스님이 난을 하나 소유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스님을 만나 뵈러 나가는 길에 날씨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아무래도 밖에 내다놓은 난이 걱정이 되셨다. 그래서 다시 발길을 돌려 난을 집 안에 들여놓고 가셨다. 스님은 그 난을 다른 분에게 드리고 만다. 그리고 나서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끼셨다고 한다.
법정스님 말씀 중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것이다`라는 말도 한 맥락이겠거니^^*
'무소유'에 담긴 좋은 구절을 발췌해 본다.
-따지고 보면, 본질적으로 내 소유란 있을 수 없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온 물건이 아닌 바에야 내 것이란 없다. 어떤 인연으로 해서 내게 왔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가 버린 것이다. 더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나의 실체도 없는데 그 밖에 내 소유가 어디 있겠는가.
-겨울철이면 나무가 많이 꺽인다. 가지 끝에 사뿐사뿐 내려 쌓이는 가벼운 눈에 고집스럽고 굳세 보이던 소나무 가지가 꺾이고 만다.(설해목)
바닷가의 조약돌을 그토록 둥글고 예쁘게 만든 것은 무쇠로 된 정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다듬는 물결이다.
따뜻한 온돌 바닥에 앉아 마시다 보니 스르르 잠이 오는 걸 깨우느라 애를 써야 했다.
게다가 무릎연골 손상으로 무릎을 굽힐 수 없는 상태라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으려니 더욱 졸렸다.
찻집에서 내다보는 바깥 풍경이 참 운치 있다.
종종 작은 새가 창가 나뭇가지에 앉아 재롱을 피우다 날아가기도 하여 더욱 감흥이 일던 참인데
찻잔 속에 창밖 풍경이 그대로 담긴 것을 보니 그대로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경이로운 아름다운 모습을 보곤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다.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고
경이롭고
아름답다.
찻잔에 담긴 풍경
대추차 맛도 참 좋았다.
창문에서 보이는 바깥 모습
기다란 창문 전망
길상사 입구
이 절은 일제시대 일본 유학출신 문학여성이기도 하였던 김영한(길상화)이라는 보살님이 법정스님 앞으로 이 넓은 땅을 기증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녀가 대원각이라는 기생집을 운영하다가 1000억 원이 넘는그 대지와 건물을 그대로 기증하였는데 어떤 기자가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녀는
'천억원 재산이 시 한 줄만 못하다. 나도 다시 태어나면 시를 쓸거야.'라고 했다고 한다.
시인 백석과 서로 사랑했던 그녀,
당시에는 생각하기 어려운 동거를 대담하게 하기도 하였으나 그의 장래를 위해 헤어진 그녀는 세상을 크게 산 인물인 것 같다. 기생으로 살았지만 족적을 남긴 신여성.
오른쪽 커다란 나무 뒤의 낮은 건물이 찻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