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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4월은

by 라방드 2012. 4. 4.

4월은

 

일본에서는 '사월의 눈'이라는 말이 있다던데

아름답고 포근한 사월에 엉뚱하게 내리는 눈처럼

믿을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엉뚱한 상황을 일컫는 말이라나?

오늘 그 말을 딱 입증해 주려는 날 같았다.

 

오전 10시경 잠시 외출을 했다가 돌아오며

이 육중한 아줌마가 그만 날아가는 줄 알았다.

바람이 어찌나 세차게 불던지

여기저기 함부로 놓아둔 물건들이 날아가 우당탕탕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했다.

오후에는 귀신소리 같던 바람소리도 비도 사라졌다.

같은 날 몇 시간 사이에 겪은 날씨라는 게 신기하게 느껴진 날이다.

사월의 눈, 그래!

 

poisson d'avril 이라는 프랑스 말이 생각난다. 4월의 물고기...

4월1일을 프랑스에서는 poisson d'avril 이라고 한다. 우리의 만우절과 같은 뜻으로.

물고기는 머리가 나빠 고개를 돌리면 방금 전 일을 다 잊어버리는 바보같은 동물이니

웃자고 하는 가벼운 농담에 적절한 표현이라 치자.

그러나  왜 굳이 사월일까? 사월의 눈처럼 가장 엉뚱한 달이어서? 거참, 아는 게 없네^^*

 

T.S 엘리엇이 장편시 '황무지' 첫구절에서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차가운 땅속에서 편히 잠들어 있는 식물의 뿌리를 흔들어 깨우는 4월은 잔인하다고.

그래서 겨울이 차라리 따뜻했노라고.

 

영국인 엘리엇이 살았던 당시의 상황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겠으나

4월이 겪어내기 어려운 격변과 역동적 상황이었던가 보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지내면 속이 편했을 것 같다 싶을 정도로.      

 

나에게 4월은 어떻던가?

꽃이 많이 피어 행복한 달이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달,  

슬픈 일이 많아져 우울한 달이기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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